[르포] 용인시 고기동 892세대 아파트형 노인복지시설 공사차량 통행 논란… “초등학교 아이들 통학로가 공사장이 됐다”

- 성남시 구간 노선 불가에 시행사 ‘고기초 앞 도로’ 고집, 하루 400대 대형 덤프트럭 통행 계획
- “최초 인가조건엔 ‘성남 우회도로 이용’ 명시”… 용인시 “안전 확보 없는 통행은 불가”
- 용인시 “위험구간, 안전대책 전제돼야”, 시행사 “법적 절차 따랐다”
- 행정심판 해석 엇갈리고 간접강제까지… ‘안전 vs 사업성’ 충돌 확산

 

케이부동산뉴스 김교민 기자 |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에서 추진 중인 892세대 규모의 ‘아파트형 노인복지시설’ 공사를 둘러싸고 공사차량 통행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성남시가 우회도로 이용을 불허하자 시행사가 초등학교 앞 도로를 통행 노선으로 고집하면서, 하루 400여 대의 대형 덤프트럭이 어린이 통학로를 지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조차 없는 왕복 2차로 도로를 두고 주민들은 “아이들 생명이 걸린 일”이라며 반발하고, 용인시는 “안전대책 없는 통행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행정심판 해석과 법적 공방이 엇갈리는 가운데, ‘사업 추진’과 ‘학생 안전’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고기초등학교 앞 도로. 인도조차 없는 왕복 2차로 도로에 차량이 줄지어 지나갔다.


이곳을 하루 400여 대의 대형 덤프트럭이 통행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의 불안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논란의 발단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용인시는 고기동 아파트형 노인복지시설 사업의 실시계획 변경 인가를 승인하면서, ‘공사차량은 성남시 석운동 방면의 우회도로를 이용한다’는 조건을 명시했다. 이는 고기초 통학로가 협소하고 인도가 없는 점을 고려한 조치였다.

 

용인시 관계자는 “당시부터 주민 안전을 우선시한 결정이었다”며 “학교 앞 도로는 통행이 금지된 구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행사는 성남시가 “타 지자체 공사차량의 도로 이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고기초 정문 앞 도로를 통한 반출입 노선 변경을 요청했다.


용인시는 이를 “당초 인가조건 위반”으로 판단하고 반려했고, 시행사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 행정심판 해석 엇갈려… “통행 허가 아냐” vs “법 절차 따른 것”

 

시행사는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이 학교 앞 도로 통행을 허용한 취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용인시는 “재결은 인가조건 변경 거부 처분의 일부 인용일 뿐, 통행 노선을 특정하거나 허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용인시 관계자는 “재결의 핵심은 ‘안전 확보를 전제로 협의하라’는 뜻”이라며 “보행자 분리나 안전대책이 전제되지 않는 통행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즉, 시행사가 내세우는 ‘법적 절차 준수’는 안전 확보라는 본질적 조건을 배제한 해석이라는 것이다.

 

용인시가 우려하는 것은 단순한 행정 논리가 아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덤프트럭 등 대형 화물차는 교통사고 발생 시 사망률이 일반 차량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학교 주변 도심 구간에서는 충돌 한 번이 곧 생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용인시 관계자는 “폭 5.5m의 도로에서 보행자와 대형 차량이 함께 다니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행사는 올해 2월 한 달간 고기초 앞 도로를 통해 토사를 반출하며 “사고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용인시는 “토사 붕괴 위험 방지를 위한 한시적 조치였고, 겨울방학 중이라 학생 통행이 없었다”며 “정식 노선 승인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다니지 않았던 시기의 사례를 근거로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 통학 안전 넘어 학습권 침해 우려도

 

주민들은 통학 안전뿐 아니라 학습권 침해 가능성도 우려한다.
대형 트럭의 상시 통행으로 발생하는 '소음·분진·진동'이 학습 집중도를 떨어뜨리고 학생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시행자가 계획한 공사차량은 하루 약 460대, 시간당 1분에 한 대꼴로 도로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학부모는 “아침마다 도로가 차량으로 막히는데 그 사이로 트럭이 다닌다면 사고는 시간문제”라며 “시가 행정심판에 끌려다니지 말고 안전부터 지켜달라”고 말했다.

 

◆ ‘노인복지시설’ 명목, 사실상 아파트 논란도

 

일부 주민들은 해당 사업이 명목상 노인복지시설이지만 실제로는 일반 아파트에 가까운 구조라고 지적한다.
법 개정 직전 인가를 받아 분양 형태로 추진된 점이 논란의 배경이다.

 

주민들은 “복지시설 이름으로 인허가를 받았지만 실상은 대규모 주거사업”이라며 “제도의 공백을 이용한 특혜성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 행정심판 ‘간접강제’ 신청… 본질은 ‘아이들의 안전’

 

시행사는 용인시가 행정심판 재결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간접강제'를 신청했다.
“하루 3,900만 원씩 배상하라”는 요구까지 제기된 상태다.

 

용인시는 “안전 확보 없는 이행은 불가능하다”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행정 절차 이전에 시민 안전이 우선”이라며 “안전대책이 없는 통행 허용은 행정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행정 논리나 사업성보다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되어야 하는 문제다.
성남시의 노선 불허, 시행사의 손실 우려, 용인시의 신중론이 맞물리며 문제는 단순한 도로 갈등을 넘어 행정 신뢰의 시험대로 번지고 있다.

 

주민들은 “행정 절차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이라며 “법적 논리로 통행을 강제하기보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길부터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구체적 조치다.


주민들의 외침이 단순한 민원이 아닌 사회적 경고로 남지 않도록, 용인시와 시행사, 그리고 교육당국의 현실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