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MNEWS 김교민 기자 | 공천 심사가 막바지에 이른 지금, 되짚어야 할 것은 후보의 경쟁력만이 아니다.
도민이 부여한 신뢰를 어떻게 지켜왔는지, 지난 4년 경기도의회가 어떤 정치적 책임을 다해왔는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문제는 단순한 공천 갈등이 아니다.
이미 한 차례 무너졌던 ‘동수 의회’의 책임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 또다시 권력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데 있다.
2022년 8월 출범한 제11대 전반기 경기도의회는 여야 동수(78 대 78)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 출발했다.
협치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정치적 실험이었지만, 동시에 리더십과 책임 정치의 본질을 검증하는 시험대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명확하다.
협치는 작동하지 않았고, 동수 의회는 균형이 아닌 혼란으로 귀결됐다.
당시 도의회 규정상 동수일 경우 국민의힘이 의장직을 맡을 수 있는 구조였지만, 첫 본회의에서 의장 선출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한 달 넘게 국민의힘 내부 의원총회에서 갈등과 논쟁이 반복되는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조직을 정비하며 대응 태세를 갖췄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소속 78명 전원이 본회의장에 착석해 개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민의힘은 내부 정리에 실패했다. 단일 대오를 이루지 못한 채 일부 의원들이 먼저 입장해 출석을 채우며 개의 요건이 성립되는 장면은, 의장 선출 과정의 혼선을 스스로 키운 결정적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자당 의장 선출에 실패한 인사들이 이후 상임위원장 등 주요 의장단에 포함되며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책임은 정리되지 않은 채 권한만 부여된 셈이며, 이는 당내 혼란을 오히려 고착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대표의원 직무정지 상황에서는 ‘집단지도체제’라는 명분까지 등장했지만, 이는 당헌·당규나 도의회 규정 어디에도 근거를 찾기 어려운 임의적 방식이었다. 결과적으로 교섭단체로서의 기능은 약화됐고, 책임 있는 리더십은 실종됐으며, 의사결정 구조는 더욱 불명확해졌다. 이는 위기 수습이 아닌 권한 유지를 위한 편의적 선택에 가까웠다.
결국 의장 선출 실패를 둘러싼 책임 논쟁은 당내 갈등으로 확산됐다. 과반 의원들이 소통 부재와 리더십 실패를 이유로 지도부 책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상황까지 이어지며 내부 균열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후의 대응이었다. 지도부는 의장 선출 실패의 원인을 구조적 문제나 리더십 부재로 직시하기보다, 이를 초선 의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봉합하려 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돌아보면, 본회의장에 선제적으로 입장해 개의 요건을 성립시키고 결과적으로 의장직을 내준 뒤에도 상임위원장 등 주요 요직을 맡아 권한을 행사했던 인사들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특정 계층이 아니라, 당시 지도부의 의사결정 실패와 책임 회피에 있었다는 점을 외면한 채 일부에 책임을 집중시키려 한 대응이었다.
결과는 분명했다. 의회 운영은 정상화되지 못했고, 당내 신뢰는 회복되지 않았으며, 동수 의회는 사실상 통제력을 상실한 채 표류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중대한 문제는 절차의 붕괴다. 대표의원 선출 과정에서 제기된 절차상 하자는 결국 법원 판단으로 이어졌고, 해당 선출은 무효로 판단됐다.
이는 단순한 내부 분쟁을 넘어 정당 내부 의사결정조차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의회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렸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문제는 특정 의회에 국한되지 않는다.
성남시의회 역시 의장 선출 과정에서 비밀투표 원칙 위반 논란으로 법정 다툼까지 이어진 바 있다.
절차를 무시한 정치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이미 여러 사례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제 시선은 공천으로 향한다.
공천은 단순한 후보 선별 절차가 아니다. 정치적 책임을 묻는 가장 직접적인 과정이다.
동수 의회 붕괴에 책임 있는 인물은 누구인지,
의장 선출 실패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절차 위반과 책임 회피에 대해 어떤 성찰이 있었는지,
이 질문이 빠진 공천이라면 그것은 심판이 아니라 면죄부에 가깝다.
정치는 기억 위에서 작동한다. 그러나 지금의 공천 과정은 그 기억을 지우고 있는 듯하다.
동수 의회 실패의 본질은 협치의 한계가 아니라 책임 없는 권력 운영과 절차 무시에 있었다.
이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채 같은 인물과 구조가 반복된다면, 경기도의회는 다시 같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정치적 혼선과 신뢰 훼손은 의회 내부에 머무르지 않는다. 도민의 실망은 결국 총선 패배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공천은 분기점이다.
과거를 정리하는 공천이 될 것인가, 아니면 책임을 덮는 공천이 될 것인가.
선택은 정당의 몫이지만, 평가는 도민의 몫이다.
동수 의회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었다.
책임과 리더십, 그리고 절차의 문제였다.
동수 구도를 선택한 도민의 뜻은 견제와 균형, 그리고 협치를 통해 더 나은 의회를 만들라는 요구였지, 특정 정당이 내부 혼선으로 스스로를 무력화하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책임을 바로 세우고, 무너진 민주적 절차를 회복하는 일이다.
그 물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때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는가.”
이번에는 반드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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