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지지율 하락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경기도의회에서도 내홍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며 민심 이반을 자극하고 있다.
이인애 의원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남성 간 사적 대화 중 발생한 부적절한 발언과 관련해 같은 당 양우식 의원의 의회운영위원장직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아울러 도의회 국민의힘 4기 대표단 출범과 함께 임명된 '청년수석과 의회운영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일견 책임 있는 결단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미 당 윤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린 상황에서, 같은 당 소속 의원에게 다시 상임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한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만약 타당 의원에게 제기한 요구였다면 정치적 입장 차이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겠지만, 자당(自黨) 내부 인사에게 이중 책임을 묻는 것은 사실상 중복 처벌에 해당하며, ‘내부총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사태는 전임 김정호 대표단과 대립각을 세웠던 곽미숙 의원 계보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현종 현 대표는 ‘포용정치’를 내세워 이인애 의원을 요직에 기용했지만, 일부 내부 기류는 여전히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의 공개적 사퇴 요구는 당내 통합 기조에 부담을 주는 행보로 해석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반복적인 내부 직격이 당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이다.
최근 국민의힘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으며, 청년층·중도층의 이탈도 뚜렷하다. 여기에 도의회마저 계파 갈등과 정치적 셈법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유권자들의 피로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보수 정치권 내에서 끊이지 않는 ‘내부총질’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점점 더 냉소적으로 바뀌고 있다.
민생과 정책보다 정치적 셈법에 몰두하는 듯한 모습은 결국 유권자의 외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청년’과 ‘여성’이라는 상징성을 앞세운 정치인이 실질적 성과보다는 갈등을 부각시키는 행보를 반복할 경우, 정당에 대한 신뢰뿐 아니라 정치 전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이번 행동을 계파 갈등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고 있다. 백현종 대표 체제에서 임명된 청년수석직과 의회운영위원직을 사실상 거부한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도의회 내 역할보다 지역 기반 다지기에 방점을 둔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당내 조율이 가능한 사안을 굳이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표출한 방식은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 이 같은 돌출 행동은 당의 통합 기조에 균열을 내고, 전체적인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재 당 지도부는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선거를 10개월 여 앞둔 시점에서 이번 논란이 국민의힘의 내분을 더욱 악화시킬지, 아니면 갈등 정리의 계기가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