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참선하는 방)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조그맣고 까칠한 돌멩이 하나가 방 안으로 날아들었다. 그것이 방바닥에 툭 떨어지며 고요함을 깨뜨렸지만 그 의도를 잘 알겠다는 듯 좌정한 승려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뒤이어 날아든 돌멩이는 명상에 열중하던 승려의 뒤통수에 정확히 명중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승려는 말없이 그곳을 쓸어내리며 앉은 채 방문을 향해 몸을 틀었다.
문밖에서 승려의 수행을 보기 좋게 깨뜨린 자는 시치미를 떼려는 듯 얼른 몸을 돌려 근엄하게 뒷짐을 지었다.
“아니, 살생에 가까운 몹쓸 짓을 하고도 점잖을 빼는 것이오?”
돌에 맞은 자의 항변에 고상한 척 서 있던 청년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몸을 돌려 따지듯 말했다.
“아니, 스님! 거 조그만 조약돌에 맞았다고 사람이 죽는단 말이오?”
“허, 저것이 조약돌이오? 나야 내공이 충실하여 이 정도로 그쳤지 보통의 처사님들 같았으면 벌써 골이 깨지고 뇌수를 흘리며 세상을 하직했을 것이오.”
방에서 참선하던 젊은 승려의 입심이 보통이 아닌 듯했다.
“알겠소, 알겠소. 내가 잘못했소. 내 이렇게 사과하니 노여움을 푸시오.”
비단으로 지은 고급스러운 고깔과 의복을 차려입은 청년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성의 없이 대꾸하자 승려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다시 참선에 들어갔다.
“스님, 오늘 날씨가 맑고 화창해 말 타기 좋으니 마장에나 갑시다.”
승려는 청년의 제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할 일에 열중했다.
“스님, 오늘이 우리에게 마지막 날이 아니오! 일각이 아까우니 어서 일어나시오. 어서요!”
거듭된 재촉에 승려가 미약하게나마 움직임을 보이자 청년은 먼저 마장에 가 있겠다며 빠르게 걸어 나갔다. 젊은 승려는 잠시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궁예는 두 해 전 명주에 있는 선덕사 주지에게 서신을 전하라는 보정의 지시를 받고 명주에 도착했다.
보정의 서신을 읽은 선덕사 주지는 부드러운 낯빛으로 직접 글을 써주며 당부했었다.
“명주성에 들어가 성주를 만나보고 이 글을 전하게. 명주성주가 앞으로 자네를 지도할 것이니 잘 따르도록 하고 그 모든 것이 보정의 뜻임을 잊지 말게.”
주지는 그것이 보정의 뜻임을 거듭 강조했다.
보정은 궁예를 명주성에 보내기 위해 명주성주와 교분이 두터운 고덕에게 글을 보내 미리 부탁을 해두었던 것이었다.
명주는 신라 9주 5소경 중 하나로 지금의 강원도 강릉 지역에 해당한다. 신라 하대 태종무열왕(김춘추)계 김주원 가문의 관할지였으며 신라 제38대 원성왕이 김주원을 명주군왕(冥州郡王)으로 봉하고 강원도 고성부터 경북 평해에 이르기까지 동해 일대를 식읍으로 내려 다스리게 했다.
명주는 토지가 비옥하고 해산물이 풍부한 데다 반어피(바다표범 가죽)와 소금이 특산물이라 육·해상 무역으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어 백성들의 생활이 풍족했다.
또한 옛 고대 국가인 동예(東濊) 시절부터 유명하여 중국 땅까지 알려진 단궁(박달나무로 만든 활)과 과하마(조랑말)의 주 생산지였기에 이를 바탕으로 훌륭한 자체 기마병단을 조련하고 육성할 수 있었다.
당시 신라 전역에 도적 무리가 들끓어 서라벌 근교까지 침범했으나 명주는 강한 군사력과 태백산맥이라는 지형적 특수성 덕분에 도적은 물론 타 지역 군벌조차 감히 넘볼 수 없는 신라 말기의 가장 강력한 지방 세력이었다.
명주군왕 김주원의 후손인 성주 김영길(金英吉)은 불혹을 막 넘긴 중년의 사내였다. 신라의 대귀족이었음에도 안하무인으로 처신하는 여타 귀족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에게선 선덕사의 주지 고덕과 스승 보정에게서나 볼 법한 고상한 기품과 법도가 느껴졌으며 성품 또한 지극히 온후한 인물이었다.
김영길은 아들 셋을 두었는데 첫째와 둘째는 서라벌로 보내 벼슬을 얻게 하고 막내아들만 곁에 두고 있었다.
궁예를 맞이한 김영길은 성내의 사찰이 아닌 관청의 객관에 거처를 정해주고 생활도 관내에서 하게 했다. 이는 명주성에서 지내는 동안 사찰의 규율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지내라는 김영길의 깊은 배려였다.
궁예는 명주성에 머무른 이튿날 성주의 초대로 오찬을 함께하게 되었는데 성주 곁에 씩씩해 보이는 청년 하나가 동석하고 있었다.
청년은 약간 거뭇하게 그을린 얼굴에 짙은 눈썹, 매서워 보이는 눈빛이 돋보이는 귀인이었다. 그가 바로 성주 김영길의 막내아들 김순식이었다.
순식은 외양만큼이나 성정이 굳세고 쾌활했다. 어려서부터 익혀온 글공부와 무예로 문무를 겸비한 데다 성주의 아들이라는 후광까지 더해져 젊은 나이에 이미 명주의 인재로 명성이 자자했다.
김영길은 세달사에서 온 귀빈이라며 아들에게 궁예를 소개하고 명주성에서의 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직접 챙기게 했다.
두 사람은 나이가 같은 열여덟 동갑내기라 자주 마주하며 어울렸는데 마음이 맞고 서로의 장점을 알아감에 따라 상호의 성격과 품성에 깊이 동화되어 두터운 우정을 나누게 되었다.
순식은 유력 가문의 자제답게 사시(오전 9시~11시)에는 글공부를, 신시(오후 3시~5시)에는 각종 무예를 수련했다.
궁예 역시 문무에 남다른 뜻이 있음을 눈여겨본 순식은 아비에게 간청하여 두 사람이 함께 학식과 무예를 익힐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들을 가르치는 글선생은 서라벌 명문가 자제들의 학문을 지도하던 명망 높은 유학자로 김영길이 특별히 공들여 데려온 사람이었다.
그러나 궁예는 본래 타고난 기질이 산만하여 선생의 따분한 강론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멍하니 딴생각에 잠겼다가 선생의 질문에 말문이 막히기 일쑤였다.
게다가 자존심마저 강해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 있어도 결코 먼저 묻지 않았고 수업이 끝난 후 순식에게 슬그머니 귀띔하며 물을 뿐이었다.
결국 궁예는 혼자 서책을 탐독하는 편이 배움에 이롭다 판단했다. 귀한 명문가 자제나 누릴 법한 특혜를 스스로 걷어차고 서당을 나온 것이다.
대신 관사에 쌓인 수많은 서책 중 눈길이 가는 글만 골라 밤낮으로 읽어 내려가니 억지로 남에게 배우는 것보다 스스로 깨우치는 기쁨이 훨씬 더 컸다.
오후에 수행하는 무예 단련은 궁예가 매우 즐거워했다. 특히 그의 도법과 궁술은 세달사에서 김현민에게 화랑들이 익히는 고급 기술을 전수받아 그 실력이 이미 상당한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처음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젊은 승려를 김순식과 함께 가르치라는 성주의 명에 무관들은 ‘웬 빡빡머리 애꾸 중놈을 가르치나’라며 별스러운 일이 다 있다고 속으로 의아해했었다.
하지만 궁예가 검을 뽑고 활을 쥔 순간 무관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 솜씨가 예사롭지 않자 무관들은 태세를 전환했다. 무예는 어디서 배웠냐, 본가가 어디냐, 눈은 왜 다쳤냐며 호들갑스럽게 걱정하는 척까지 했다.
궁예가 세달사에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알고 있던 순식이 그들을 가로막고 서라벌에서 온 친척이라 둘러대자 무관들은 궁예가 불문에 출가한 진골 귀족의 자제인 줄 멋대로 짐작해버렸다.
그러고는 어쩐지 궁예의 생김새가 지체 높은 집안의 사람 같다며 존중과 성의를 보였다. 궁예 역시 그들의 대접이 나쁘지 않아 굳이 신분을 밝히지는 않았다.
궁예는 무엇보다 말 타기에 열중했는데 귀족이나 관리가 아닌 이상 평소에 말을 타거나 쉽게 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명주를 떠나면 말을 가까이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과 향후 뛰어난 기마술이 자신의 장래를 좌우할 큰 강점이 되리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더욱 열성을 부렸다.
궁예는 마장에 있던 대여섯 필의 말 중 털빛이 얼룩얼룩한 워라말을 타게 되었는데 성질이 워낙 사납고 고약한 놈이라 몇 번이나 낙마하고 발길질에 채여 큰 부상을 입을 뻔하기도 했다.
말을 타기 전 궁예는 자신만만해했다. 그러나 기마술의 까다로움과 좀처럼 늘지 않는 실력 탓에 자존심이 꺾이고 상심했다.
이 같은 날이 지속되자 생각의 관점이 자신의 못난 부분에만 치중되었고 급기야 몸이 경직되고 마음만 조급해져 말 위에서 허둥대는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궁예는 낙심하고 절망한 끝에 자기혐오에까지 이르렀고 결국 마장에 나가지 않은 채 며칠간 거처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거처에 박혀 고뇌하던 궁예는 자책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자신의 신체 역량이 다른 이들보다 뒤떨어짐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 읽기와 다른 무예 단련을 잠시 중단하고 기마에 온 힘과 시간을 쏟아부었다.
매일같이 미명(未明)에 일어난 궁예는 마방으로 달려가 말의 배설물을 치우고 건초와 물을 먹였다. 말을 정성스레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소통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직접 안장을 올리고 재갈을 물리며 온종일 말 위에 앉아 있다 보니 엉덩이와 허벅지 살이 터져 피가 배어 나왔다.
제대로 앉아 있기 힘들 정도로 고통이 심했지만 궁예는 고삐를 놓지 않았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흐르자 말이 겁이 많고 예민하며 기억력이 월등하다는 습성을 체득하게 되었다.
또한 기수의 상태에 따라 말의 성격 변화가 심해 유대감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과 의외로 암말보다 수말이 겁이 많다는 사실 등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궁예는 마상(馬上)에서 자유롭게 몸을 놀릴 수 있게 되었다. 말을 달리며 활을 쏘는 기사(騎射)는 물론 창과 칼을 휘두르는 기창(騎槍)과 기검(騎劍)까지 단련했다.
마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과녁과 짚 인형을 향해 쏘고 베고 찌르는 행동을 수백 번씩 되풀이했다.
“저 스님이 출가하기 전에 말을 못 탄 원한이 뼈에 사무쳤나 봅니다.”
궁예가 마장을 질주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무관이 순식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순식은 대꾸 없이 궁예의 지독한 집념에 질렸다는 듯 그저 고개만 저어댔다.
궁예는 대부분의 시간을 순식과 함께 보냈다. 학문과 무예 외에도 격구를 치고 바둑을 두었으며 명주의 풍광이 빼어난 산수를 둘러보며 태어나 처음으로 안온한 나날을 만끽했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을 쌓아가던 어느 날 성주 김영길로부터 세달사로 귀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세달사를 떠나온 지 어느덧 두 해가 다 되어가는 날이었다.
이렇게 궁예가 명주를 떠나기 전날 순식이 궁예를 마장으로 불러낸 것이었다.
궁예가 마장에 들어서니 순식이 낯선 말 한 필을 타고 가볍게 마장을 돌고 있었다.
“못 보던 놈이구려?”
궁예의 목소리에 순식이 말머리를 돌려 궁예를 향해 다가왔다.
“어떻소, 좋아 보이오?”
순식이 말의 목덜미를 툭 치고는 마상에서 잽싸게 뛰어내렸다.
“힘도 좋아 보이고 빛깔도 볼 만하오. 성품 또한 유순해 보이는구려.”
궁예가 말의 이마와 콧등을 쓰다듬으며 답했다.
“그새 말 관상가가 다 되셨소이다.”
순식이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몇 해나 된 놈이오?”
궁예가 말의 눈과 귀를 요리조리 살폈다.
“삼 년 된 놈이오. 이제는 얌전해져서 암말 곁에 두어도 문제가 없을 것이오.”
순식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피식 웃으며 손바닥으로 말의 엉덩이를 토닥거렸다.
“그럼 벌써 거세를 했단 말이오?”
궁예가 약간 놀란 듯 물었다.
“이 정도 나이 때면 다 하는 거요. 더구나 이놈은 본래 성질이 고약해서 스님이 타고 가는 동안 발정 난 암말 냄새라도 맡았다간 미쳐 날뛸 테니 통제가 되지 않을 거요.”
순식이 말의 고삐를 쥔 채 궁예에게 내밀었다.
“타고 가다니? 그럼 이 말을 소승에게 빌려주겠다는 것이오?”
“허허, 스님. 우리 우정이 그것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거요? 빌려주다니요.”
순식이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이 말은 그동안 나와 함께해준 보답으로 스님에게 드리는 선물이오.”
순식이 고삐 쥔 손을 흔들며 빨리 받으라고 재촉했다.
“어찌 내가 이리 귀한 말을 받을 수 있단 말이오, 공자.”
궁예가 뒤로 물러서며 손사래를 쳤다. 순식은 궁예의 성정을 이미 예상했다는 듯 부드러운 음성으로 그를 달래기 시작했다.
“이보시오, 스님. 이것은 내 뜻만이 아니오. 아버님께서도 세달사의 주지스님께서 연로하셨으니 이 말을 함께 이용하면 되겠다며 흔쾌히 허락하신 것이오. 어찌 내 의도만으로 이런 명마를 선뜻 스님께 드릴 수 있겠소! 아버님의 두터운 마음이 담긴 말이니 어서 받으시오.”
순식의 설명에 궁예는 그제야 이해했다는 빛을 띠며 시선을 말에게 돌렸다. 영리하고 당차 보이는 온몸이 붉은 절따말이었다.
궁예는 명주를 떠나면 깊은 우정을 키워온 순식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가장 컸지만 한편으로는 말을 타는 즐거움을 더는 누릴 수 없다는 아쉬움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속내를 가장 잘 꿰뚫어 보고 있는 이가 바로 순식이었다.
김순식은 지금 아버지를 핑계 삼아 궁예에게 무엇보다 큰 기쁨을 선물한 것이었다.
“스님, 이러다 내 팔이 떨어지겠소. 어서 받으시오.”
순식이 능청을 떨며 궁예의 손을 잡아당겨 고삐를 쥐여주었다. 궁예가 멋쩍어하며 민망해하자 순식은 얼른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화제를 돌렸다.
“스님, 얼마 전에 아버님께서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시겠소?”
그의 말에 궁예가 고개를 끄덕이자 순식이 천천히 앞서 걸으며 입을 열었다.
“아버님께선 지금 본인이 입고 계신 성주의 의복이 당신의 몸에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 하셨소.”
“몸에 어울리지 않는다?”
궁예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했다.
“그 뜻은 아버님께서 앞으로 몸소 보여주실 터이니 의문스럽지 않으나 그다음에 하신 말씀이 참으로 묘했소이다.”
순식은 뒷짐을 지고 푸른 하늘을 올려보며 말을 이었다.
“아버님께서는 선종 스님이 지금 입고 있는 법복 또한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 하셨소이다.”
순식이 급히 몸을 돌려 궁예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서 날카로운 광채가 일었다.
“내가 입고 있는 법복이 몸에 어울리지 않는다니…… 그 말씀이 대체 무슨 뜻이오?”
궁예가 순식의 수수께끼 같은 말을 괴이하게 여기며 물었다.
“아버님의 진의를 정말 이해하지 못하시는 거요?”
“내가 아둔해서인지 통 헤아려지지 않는 말씀이오.”
“허, 명석하신 스님께서 아둔하시다니…….”
순식이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고는 말을 이었다.
“아버님의 생각은 스님이 지닌 그 비범한 재주와 기개가 불문(佛門)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오.”
순식이 준엄하고 엄숙한 어조로 단언했다.
궁예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눈썹 위로 식은땀이 솟구쳤고 하나 남은 단안(單眼)이 팽팽하게 죄어들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
속으로 그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던 궁예의 머릿속에 스승 보정이 스쳐 지나갔다.
궁예는 보정이 왜 자신을 멀리 명주까지 보냈을까 하는 의문을 단 한 번도 품지 않았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보정은 세달사에서 자신을 김현민 곁에 두었으며 절내에서 분란을 일으킨 후에는 특별히 선덕사까지 보냈는데 그것도 알고 보니 명주성으로 보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다.
‘보정 스님은 처음부터 내가 불법에 얽매일 그릇이 아니라 판단하시고 김현민 공자 곁에 두셨다가 이곳 명주까지 이르게 하여 스스로 깨닫게 하려 하신 것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내 출생의 비밀을 아시고 이 모든 것을 계획하신 일인가? 하지만 나는 한 번도 불문을 떠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거늘.’
궁예는 자신을 명주로 이끈 보정의 숨은 진의가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아무리 뇌리를 굴려도 답을 알 수 없었기에 결국 세달사로 돌아가 보정을 직접 대면하여 그 진실을 알아내겠노라 결심했다.
명주를 떠나는 당일 아침 궁예는 성주 김영길에게 그동안의 보살핌에 감사를 표한 뒤 순식의 배웅을 받으며 세달사를 향해 길을 나섰다.
“조심히, 부디 몸 건강히 가시오.”
사내답고 굳세던 순식의 눈가에 조용히 물기가 어려 있었다.
“그동안 감사했소. 꼭 다시 뵙기를 바라오.”
궁예와 순식은 손을 굳게 맞잡았다. 둘 다 끓어오르는 젊은 혈기로 맺은 우정이었기에 아쉬움과 섭섭함이 한없이 컸다.
하늘은 높고 맑은 데다 볕의 훈훈한 기운과 산길의 수목 향이 어우러져 말을 모는 궁예의 몸짓이 경쾌했다.
오시(오전 11시~오후 1시)쯤 되었을 때 한적한 길가에 앉아 말 엉덩이에 얹어둔 고리짝을 열어 주먹밥을 먹었다. 절따말에게도 물을 먹이고 풀을 뜯게 했다.
황혼이 뉘엿뉘엿 저물어들 무렵 궁예는 지나던 읍성의 관문에 들어섰다.
관청의 수비병들은 젊은 승려가 빼어난 명마를 타고 있는 것에 의혹을 품고 퉁명스러운 투로 신분을 확인하려 들었다.
이에 궁예가 명주성주의 관인이 찍힌 징표를 보여주며 관청으로 안내해 달라 하자 수비병들은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어 머리를 조아리며 길을 인도했다.
성주 김영길은 궁예가 떠나기 전 세상이 흉흉하여 먼 길에 어려움이 많을 테니 대로로 다닐 것을 당부했었다.
그러면서 노중의 숙식은 지나는 읍의 관청에서 해결하도록 명주성주의 관인이 찍힌 징표와 서한을 써주어 각 읍의 관리들에게 편의를 제공받도록 조치해주었다.
김영길의 친절과 배려가 이토록 세심했다.
명주성주는 워낙 강력한 지방 세력가였기에 읍의 성주나 관장들은 모두 두말없이 관청의 객관을 내주고 숙식을 대접했다.
세달사로 향한 지 이틀째 되던 날이었다.
하루를 머문 관청 객관에서 궁예가 절따말의 고삐를 잡고 관청 밖으로 나갈 무렵 빽빽대는 쇳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삼문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에구, 에구구……! 이 빌어먹을 놈들아, 어째서 너희 놈들은 나를 이리 박대하는 것이냐! 네놈들은 애미 애비도 없느냐!”
땅바닥에 팽개쳐진 파파할멈이 허리를 다친 듯 손으로 허리춤을 부여잡고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악에 받쳐 소리쳤다.
“여보, 할멈. 그나마 이만하게 대접받고 끝난 것을 감사히 생각하오. 젊은놈 같았으면 두 다리가 남아나지 않았을 거요.”
노파를 팽개친 관속들이 속이 시원하다는 듯 손을 탁탁 털며 관청 안으로 들어갔다.
노파는 통증이 심한 듯 일어서지 못하고 빽빽 악만 써댔다.
“야, 이놈팡이들아! 내 손녀딸을 구해내라! 손녀를 살려내, 이놈들아!”
삼문 앞을 지키던 관졸들은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노파를 돌볼 생각이 없는 듯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틀어 외면해버렸다.
노파는 목청이 터져라 악을 쓰다가 자기 앞에 그늘이 드리워진 것을 보고 고개를 들었다.
입을 굳게 다문 궁예와 절따말이 노파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몸이 많이 불편하신 듯하니 의원에게 보이고 몸을 살펴야겠습니다.”
궁예는 노파를 부축해 일으키고 군졸들에게 약방의 위치를 물어 곧바로 데려가 의원에게 보였다.
노파는 약값을 치를 형편이 못 된다며 한사코 치료를 거부했으나 궁예는 걱정하지 말라며 노파를 안심시킨 뒤 침을 맞게 하고 허리에 좋은 약을 지었다.
약값은 순식이 챙겨준 노자로 치렀다.
노파는 치료를 받는 내내 궁예를 향해 하늘이 내리신 미륵 부처님이라며 고마워했다.
그러다가 궁예의 한쪽 감긴 눈을 보고는 눈은 어찌하다 다쳤느냐, 사는 곳은 어디메냐 물으며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았다.
궁예는 치료를 마친 후에도 노파가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 노파를 말에 태워 집까지 동행했다.
노파는 절따말 위에서 평생 말을 처음 타본다느니, 말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니 다시 태어난 것 같다느니 하며 조금 전 관청에서 겪은 봉변은 다 잊은 듯 굴었다.
노파가 손가락질하며 이리 가자, 저리 가라 방향을 잡으면 오가는 행인들은 젊은 중과 실성해 보이는 노파 그리고 붉은 명마의 이상한 조합을 희한하다는 듯 혹은 의심쩍은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궁예가 묵묵히 고삐를 잡고 걷는 동안에도 노파는 말이 참 잘생겼다, 말이 어찌 이리 얌전한 짐승이냐며 신이 나서 지껄여댔다.
궁예는 기회를 보아 노파에게 관가 앞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그 질문에 노파는 당장 안색이 변하며 분통 터진다는 표정으로 지나온 기구한 사연을 들려주었다.
노파는 마을과 한참 떨어진 산 중턱의 초가에서 손자와 손녀를 데리고 살고 있었는데 그 인생이 참으로 기구했다.
일찍이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화전을 일구며 아들 하나를 키워내 어렵사리 혼인까지 시켰다.
다행히 아들과 며느리는 성품이 선하고 고와서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의좋게 살던 아들 부부는 혼인 첫해에 딸아이를 낳았고 삼 년 후 다시 회임하여 아들을 얻었다.
하지만 며느리는 산고가 너무 심했던 탓에 아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금실이 매우 좋았던 부부였던지라 아들은 그 후 실어증에 걸려 말문을 닫고 두문불출하며 방구석에 처박혀 지냈다.
효자로 소문났던 아들이 삶의 흥미를 잃은 반거충이가 되어버리자 노파는 어미 잃은 불쌍한 어린것들은 살려야 했기에 갓 태어난 손자를 업고 한 손으로는 손녀의 손을 쥔 채 마을을 돌아다니며 동냥젖을 먹이고 밥을 구걸하며 겨우겨우 끼니를 때워가며 살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던 중 아들이 겨우 정신을 회복하고 예전의 효자로 되돌아왔다.
아들은 워낙 성실한 성품이었던지라 화전을 일구고 산에서 약초를 구해 저자에 내다 파니 생활이 눈에 띄게 윤택해졌다.
손녀와 손자는 어미를 닮아 곱고 얌전해서 노파와 아들의 큰 기쁨이 되었고 잃어버렸던 집안의 단란함을 다시 되찾은 듯했다.
그렇게 몇 해를 흘려보내고 어느 해 겨울 아들이 내다 팔 약초를 구하기 위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가 그만 호환(虎患)을 당하고 말았다.
하나밖에 없던 아들을 호랑이에게 잃게 된 노파는 그날로 정신을 잃고 누워버렸다.
지아비를 먼저 떠나보내고 며느리에 이어 이제는 자신의 생명보다 귀중한 아들까지 잃었으니 그 아픔과 절망을 그 누가 이해할 것이며 무엇과 비교할 수 있으랴.
그런 불쌍한 노파가 식음을 전폐하고 온종일 방 안에서 누워만 지냈으니 손녀와 손자는 할미 곁에서 눈물로 밤을 지새운 게 수일 낮밤이었다.
손녀와 손자가 곁을 떠나지 않고 할미를 지극정성으로 돌보자 노파 또한 손주들의 장래를 생각해 힘을 짜내어 겨우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아직 어린 손주들과 겨우 밭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노파는 한 가지 괴이한 버릇이 생겼는데 뜬금없이 하늘을 노려보며 혼자 중얼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앉아 밭을 매다가도 벌떡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댔고 밤중에 방 안에서 잠을 자다가도 갑자기 밖으로 튀어나가 고개를 쳐들고 누구를 저주하는 듯 중얼거렸다.
아이들은 그런 음산한 광경을 볼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고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그동안 감당할 수 없었던 충격과 끔찍한 고통이 정신 분열 증세로 이어진 듯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밝고 구김살 없이 커가는 모습에 노파도 어느새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듯했다. 하늘을 노려보고 중얼거리는 짓도 차츰 횟수가 줄어들었고 어둡고 침울했던 얼굴 표정도 점차 밝아졌다.
노파는 탁했던 정신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앞날에 대해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제껏 일어난 재앙이 아무래도 집터에 흉한 기운이 크게 들어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결론지었다.
노파는 집을 옮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가산이 일천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만 태웠다.
때마침 인근 마을의 한 집에서 손녀의 행실을 눈여겨보았는지 혼인을 제의해왔다.
노파는 이 제의가 저주받은 집터를 벗어날 유일한 기회라 판단하여 그 집안에 한 가지 조건을 걸었는데 혼인과 함께 손자도 데려가 같이 살게 해달라는 조건이었다.
손자도 이제 소년으로 열셋이 됐으니 집안일을 돕게 하며 같이 지내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남자 집안에서는 처음 노파의 요구에 당혹스러워했지만 크게 생각해보니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 것 같아 노파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만큼 손녀가 곱고 얌전해 좀처럼 구하기 힘든 혼처였기 때문이었다.
노파는 오랜 숙원을 푼 것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실은 손녀와 손자를 내보내고 초가를 불사른 후에 이 끔찍한 생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이렇게 앞으로의 일을 작정하고 열여섯 손녀의 혼인을 준비하던 때에 청천벽력같이 일이 다시 이 집터에 불어닥쳤다.
이웃 읍에 자리한 산에서 포악하기로 유명짜한 비적 무리들이 초가를 침탈한 것이었다.
비적들은 손녀의 혼인을 위해 마련해둔 곡식과 닭을 강탈하고 혼인을 앞둔 꽃과 같이 고운 손녀를 발견하고는 징그럽고 흉물스러운 상판을 히죽대며 집안에서 소녀를 끌어냈다.
노파는 발악하며 달려들었지만 발길에 차여 나가떨어졌고 손자는 눈에 불꽃을 튀기며 맞서보았지만 열셋 아이인지라 몽둥이로 두들겨 맞아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누워버렸다.
손녀는 울며 순순히 따라갈 테니 할미와 동생 목숨만 살려달라 애원하니 비적들은 칼을 거두고 손녀를 잡아끌어 희희낙락하며 적굴로 돌아갔다.
노파의 초가는 워낙 마을에서 떨어진 산 중턱에 있던 터라 이 같은 변을 당하였지만 인근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노파는 겨우 거동을 하여 정신을 잃고 누운 손자가 숨이 끊어진 줄 알고 손자의 옷을 쥐어 비틀고 통곡을 했다.
정신을 잃었던 소년은 한참이 지나 깨어났고 노파는 그나마 안도했다.
소년을 방 안에 눕게 하고 노파는 그 길로 마을 관아로 달려갔다.
관아에 찾아간 노파는 옆 고을 홍산에 있던 비적들이 손녀를 끌고 갔으니 그것들을 붙잡아 사지를 찢어 죽이고 손녀를 구해달라 청했다.
하지만 현령은 비적들의 근거지가 현의 구역에 속하지 않아 토벌하기 어려우니 옆 고을의 관아에 고하라 미루었다. 골칫거리를 만들지 않으려는 현령의 비열한 술책이었다.
노파는 당장에 속이 타들어가는 지경이었으나 지엄한 현령의 명이니 어쩌지 못하고 마음만 급하여 그대로 옆 고을 관가에 달려가려 했다.
마침 관아에 물산을 대는 중년의 사내가 일을 마치고 가려던 참에 노파의 딱한 사정을 알고 노파를 짐수레에 태워 소를 몰고 홍산이 속한 관아에까지 데려다주었다.
노파는 대번에 관아 뜰에 나아가 고을 원에게 손녀의 급박한 형편을 고하였다.
이에 면상을 찌푸리며 듣던 관장이 성가신 태도로 그 비적들은 홍산에 들어 사는지는 모르겠으나 약탈당한 것은 노파의 집이니 그곳 원에 이르라 하며 발뺌을 하였다.
백성을 위하고 어려움을 구제해야 할 목민관이 민초를 경시하고 가혹하게 구니 그 행위가 흉측한 비적과 다를 바가 무엇이랴.
노파는 관장의 무책임하고 기만적인 말에 황망하고 당혹스러워 관아 마당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관장은 몸을 돌려 관사로 들어가버렸고 보졸들은 쓰러진 노파를 부축하여 관문 밖으로 내보냈다.
그나마 홍산 관아까지 동행해준 인정 많은 사내가 떠나지 않고 기다리고 있던 터라 노파의 사정을 듣고는 함께 치를 떨며 본래의 관아로 돌아왔다.
노파는 다시 고을 현령을 찾아가 홍산 관아에서 겪은 일을 고했다.
그러나 현령은 “늙은이가 듣는 귀가 먹었느냐”라며 다시 홍산으로 가라고 지껄였다.
지칠 대로 지치고 분노가 극에 달한 노파는 눈빛이 기이하게 변하더니 현령에게 삿대질해대며 억눌렀던 울분을 쏟아냈다.
“야, 이놈아! 그러고도 네놈이 고을의 원이냐! 사지를 찢어 찜 쪄 먹을 놈아! 이제 보니 네놈이 비적 놈들과 한통속이구나! 오냐, 이놈! 내가 오늘 네놈을 찢어 죽이고 나도 죽을 테다!”
노파는 두 손을 번쩍 들고 현령에게 달려들었다.
그 악착같은 기세에 당황한 현령은 지휘채를 흔들며 보졸들에게 노파를 막으라 소리쳤다.
현령은 관장을 욕보였으니 당장 때려죽이라 명했으나 옆에 있던 관속이 이미 미친 늙은이고 불쌍하니 목숨만은 살려두자고 만류했다.
결국 노파는 관문 밖으로 내동댕이쳐졌고 그 순간 궁예와 일별하게 된 것이었다.
궁예는 노파의 애달픈 사연을 들으며 마침내 산 중턱의 초가에 당도했다.
그러자 얼굴에 피딱지가 붙고 여기저기 멍이 든 소년이 울며 뛰어나왔다.
궁예가 조심스럽게 노파를 말에서 내려주자 노파와 손자는 서로를 얼싸안고 혼이 나간 듯 꺼이꺼이 울어댔다.
노파와 소년의 참상을 지켜보는 궁예의 마음속에서 애처로움과 함께 거대한 분노가 뒤섞여 끓어올랐다.
머리가 불에 달구어지는 듯 열이 뻗쳤고 눈썹 위로 굵은 핏대가 솟구쳤다.
“어르신, 제가 손녀를 구해올 것이니 이제 그만 방 안에서 안돈하고 계시지요.”
궁예가 몸을 굽혀 노파와 소년의 등을 보듬으며 다짐하듯 말했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던 노파가 순간 눈에 기이한 광채를 띠며 궁예에게 시선을 돌렸다.
“미륵 스님께서…… 우리 아이를 구해주신다고요?”
“예, 그러니 어서 방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역시 스님은 미륵 부처님이셨구려. 그런데 참말 제 아이를 구해낼 수 있겠습니까요?”
“어르신, 저는 불제자입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일구이언하겠습니까? 저를 믿으시고 어서 방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스님, 그럼 저도 누이를 구하러 같이 가겠습니다.”
얼굴이 퍼렇게 멍든 소년이 눈물을 닦아내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네 누이는 내가 데려올 것이니 너는 할머님을 잘 모시고 있거라.”
궁예는 단호히 말을 끊고 단숨에 절따말에 뛰어올라 말머리를 돌려 힘차게 달려 나갔다.
소년은 말배를 차며 멀어지는 궁예의 뒷모습을 경이로운 듯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소년은 땅에 발이 박힌 듯 서서 시선을 놓지 못했다.
“미륵 부처 중에도 애꾸가 있든가…….”
노파가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흙바닥의 잔돌들을 쓸어내며 홀로 중얼거렸다.
강이오 작가의 장편 역사소설 ‘삼한(三韓)의 불꽃’ 연재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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