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MNEWS 김교민 기자 | 경기도(도지사 추미애)가 재정 비상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처방전’을 내놨다.
2027년도 본예산부터 대부분의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체납징수와 임대용 자동차 등록유치, 공기업 배당 등을 통해 자체 세입을 늘리는 한편 지방소비세율 인상과 법인세 일부의 광역정부 배분 등 지방세제 자체를 손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경기도가 직접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세입확충 방안은 기존 세입관리 수단을 확대·강화하는 성격이 강한 반면, 재정확충 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지방소비세율 인상과 법인세 일부 배분 등은 대부분 법률 개정과 중앙정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특히 경기도 스스로 부동산 경기에 따라 크게 출렁이는 취득세 중심 세입구조를 재정 불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이날 발표에서는 취득세를 비롯한 기존 핵심 세원을 회복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도 차원의 방안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았다.
주형철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31일 경기도청에서 ‘재정위기 극복 전략 TF 활동 결과’ 기자브리핑을 열고 2027년도 본예산 편성 방향과 추가 세입 확보 방안, 구조적인 세제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TF는 지난 8월 5일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재정 비상상황’을 공식 선언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주 부지사는 경기도의 순수 재정수입에서 순수 재정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가 2022년부터 매년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세입 전망과 지출 규모를 고려할 때 내년에는 적자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TF는 지난 8월 10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약 3주 동안 모두 7차례 회의를 열었으며 경기연구원과 외부 지방재정 전문가들도 참여해 재정위기 원인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 2027년 예산 대부분 ‘원점 재검토’… 100억 이상 대규모 사업부터 들여다본다
경기도가 가장 먼저 꺼낸 카드는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이다.
주 부지사는 “파격적인 지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지만 도민의 안전과 기본적인 복지는 더욱 두텁게 지키고 경기도의 미래를 놓치지 않는 최소한의 재정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전체 사업비에서 일정 비율을 일괄 삭감하는 방식이 아니라 도민이 실제 효과를 체감하는지, 사업이 지속 가능한지를 기준으로 대부분의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우선 3년 이상 계속돼 온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이미 시작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업을 계속 유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부서 간 중복되거나 시·군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사업과 겹치는 사업은 원칙적으로 일몰하고 대규모 사업도 추진 방향 자체를 다시 검토한다.
다만 대규모 사업에 대해서는 폐지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재정여건에서 어떤 추진방식이 가장 효율적인지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중앙정부나 기초자치단체가 아닌 경기도가 광역정부로서 수행해야 하는 핵심 사무에도 재정을 집중한다.
재정사업평가와 보조사업평가, 투자사업 검토 결과를 예산편성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낮은 평가를 받은 사업은 삭감 또는 일몰하고 신규사업에는 재원조달계획을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페이고(PAYGO)’ 원칙도 적용한다.
주 부지사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대규모 사업의 구체적인 기준을 묻는 질문에 “100억원 이상 들어가는 사업이 40여 개 된다”며 “재정위기 상황에서는 우선적으로 금액이 큰 사업들을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을 안 하겠다거나 줄이겠다는 뜻은 아니다”며 사업의 효과와 지속가능성, 재정 투입의 효율성을 면밀하게 살펴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 체납징수·렌터카 등록·공기업 배당… 민선9기 1조원 이상 추가 세입 목표
두 번째 축은 경기도 자체 세입 확충이다.
경기도는 체납관리 강화, 임대용 자동차 등록유치 등 새로운 세원 발굴, 공기업 배당 확대 등 세 가지 세부과제를 통해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민선9기 동안 1조원 이상의 추가 세입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방세 체납에 대해서는 도가 직접 징수에 나서고 체납관리 현장 실태조사를 대폭 강화한다.
과징금과 과태료 등 세외수입 체납에도 책임징수제를 도입해 현장 징수활동을 강화한다.
주 부지사는 “낼 수 있는데 내지 않는 세금과 과태료는 반드시 걷어서 도민들을 위해 잘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대용 자동차 등록유치도 확대한다.
신규 취득차량에 대한 차량 안전용품 지원과 도·시군 협력체계 구축, 행정서비스 고도화 등을 통해 렌터카·리스 사업자의 자동차 등록을 경기도로 유치해 세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탈세와 부적절한 지방세 감면 사례에 대한 조사도 병행한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공기업의 운영이익에 대해서는 재무건전성을 점검하면서 안정적인 배당을 추진한다.
주 부지사는 질의응답에서 공기업 배당에 대해 현금배당을 검토하고 있다며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는 이들 세 가지 방안이 별도의 법률 개정 없이 경기도의 행정력을 통해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체납액 징수와 자동차 등록유치 등은 기존에도 지방정부가 활용해 온 세입관리 방식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책을 통해 얼마나 추가적인 세입확충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향후 실적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지방소비세 25.3%→40%… 실현되면 연간 1조원대 추가 재원
경기도는 자체적인 세입확충과 함께 지방재정제도 자체를 바꾸는 네 가지 제도개선 방안도 내놨다.
첫 번째는 지방소비세율 인상이다.
경기도는 현재 도의 주요 세원인 취득세가 부동산 경기에 따라 세입 규모가 크게 출렁이는 만큼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소비 기반 세원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부가가치세 가운데 시·도에 배분되는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25.3%에서 민선9기 임기 내 40%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지방소비세율 40%가 실현될 경우 연간 1조원대의 추가 재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는 담배소비세 가운데 지방교육세로 배분되는 재원을 소방·안전 분야에 사용할 수 있도록 세목을 전환하는 방안이다.
경기도에는 1만명 이상의 소방공무원이 근무하고 있고 소방·안전 분야 예산이 약 1조5천억원에 달하지만 중앙정부의 소방 관련 지원은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경기도는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음에도 실제 소방사무와 인건비 대부분을 광역정부가 부담하는 만큼 사무와 책임에 맞는 재원도 함께 배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방안은 새로운 세원을 만드는 것이라기보다 기존 지방교육세의 사용처를 소방·안전 분야로 변경하는 것이어서 향후 교육재정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질의응답에서도 지방교육세의 세목 전환이 교육재정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주 부지사는 교육예산 문제에 대해서는 이날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로 답했다.
◆ 법인세 일부 광역정부 배분·보통교부세 산정방식 개선도 요구
세 번째 제도개선안은 법인세 일부를 광역지방정부 재원으로 배분하는 방안이다.
경기도는 산업단지 인프라 구축 등 지역 산업 발전과 기업 성장에 광역정부가 상당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내는 세금은 중앙정부와 시·군 중심으로 귀속되고 경기도와 같은 광역 ‘도’에는 직접적으로 돌아오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이 집중돼 있는 경기도의 경우 산업 발전에 따른 재정수요는 계속 증가하지만 그 성과가 도 재정으로 충분히 환류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네 번째는 기준재정수입액과 기준재정수요액 산정방식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경기도는 현재 기준재정수입은 실제보다 높게, 재정수요는 낮게 산정되면서 보통교부세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4천억원에 가까운 지역상생발전기금을 다른 시·도에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는 기준재정수입액과 기준재정수요액 산정방식이 현실화될 경우 재정적자를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신규 수요지표 신설 등을 중앙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기도가 제시한 네 가지 제도개선안 상당수는 경기도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지방소비세율 인상과 법인세 일부의 광역정부 배분, 담배 관련 지방교육세의 세목 전환 등은 법률 개정이나 중앙정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또 새로운 경제활동을 통해 전체 세수 자체를 확대한다기보다 중앙정부와 광역·기초정부, 교육재정 등에 배분되는 기존 재원의 배분구조를 조정하는 성격도 적지 않아 향후 정부와 국회, 다른 지방정부 등과의 이해관계 조정이 과제로 남는다.
주 부지사 역시 “제도개선 과제는 대부분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도의 자구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 취득세 의존구조 지적했지만… 기존 세원 회복 처방은 상대적으로 부족
특히 이날 경기도가 주요 세원인 취득세의 구조적인 한계를 직접 지적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주 부지사는 취득세가 부동산 경기에 따라 크게 출렁여 안정적인 재정운영이 어렵다며 소비 기반 세원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에서는 취득세를 비롯한 기존 핵심 세원의 감소 원인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거나 이를 회복하기 위한 경기도 차원의 방안은 상대적으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부동산 거래와 도시개발, 기업투자 등 경제활동과 직접 연결되는 기존 세입 기반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보다는 지방소비세와 법인세, 지방교육세 등 국가와 지방정부 간 재원배분 구조를 바꾸는 중장기 제도개선에 무게가 실린 모습이다.
경기도가 이번 대책을 재정위기 극복의 ‘완성본’이 아닌 시작점으로 규정한 만큼 이 부분은 앞으로 추가적인 대책을 통해 구체화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 “오늘은 완료 아닌 시작”… 세입·지출 추진단 별도 가동
경기도는 이날 TF 활동 결과 발표를 끝으로 재정위기 대응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실행체계를 구축해 후속 대책을 이어가기로 했다.
앞으로 ‘세입 확보 추진단’과 ‘지출 구조조정 추진단’을 구성해 TF가 마련한 전략의 실행과 점검을 이어가고, 경기도의회와는 ‘지방재정 상생 협의체’를 구성해 재정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도내 31개 시·군과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등과 연대해 대정부 공동건의와 국회 정책토론회, 관련 법안의 국회 심의 대응에도 나설 계획이다.
주 부지사는 “구조적 재정위기는 결코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국가사무가 지방정부로 이양되고 있지만 이에 필요한 재원이 따라오지 않는 구조가 바뀌지 않을 경우 다른 지방정부도 같은 재정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정한 균형성장은 경기도가 소외되는 성장이 아니라 경기도 산업의 성장과 함께 영남·호남·강원·충청·제주 등 다른 지역과 경기도가 시너지를 내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며 지방재정분권을 국가적인 과제로 접근해 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요청했다.
경기도는 이번 TF를 통해 세출 구조조정과 자체 세입 확충, 지방재정제도 개편이라는 세 축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경기도가 직접 추진할 수 있는 세입확충 대책의 실효성과 법 개정을 전제로 한 세제개편의 현실성, 무엇보다 도 재정의 핵심인 취득세를 비롯한 기존 세입 기반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경기도가 강조한 것처럼 이날 발표가 ‘완료’가 아닌 ‘시작’이라면 이제부터는 제시된 대책이 실제 얼마만큼의 재원을 만들어내고 재정구조를 바꿀 수 있는지를 결과로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본지는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이 제기한 재정위기 문제를 시작으로 경기도 재정의 핵심 세원인 취득세 감소 원인과 회복 가능성, 부동산 정책과 세입 감소의 연관성 등을 차례로 짚는 집중분석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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