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MNEWS 김교민 기자 | 경기도가 취득세 감소와 가용재원 소진 등 재정 비상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5,465억원 규모의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은 노인 돌봄과 학교급식, 청년기본소득, 결식아동 급식 등 연말 중단 우려가 제기됐던 필수 민생사업에 우선 투입한다.
경기도는 19일 도청 지하1층 브리핑룸에서 정책기자회견을 열고 총 42조2,420억원 규모의 '2026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경기도의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정두석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재정 비상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살폈다"며 "불요불급하거나 시급성이 낮은 사업은 과감히 줄이고 전면적인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약 5,465억원을 삭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줄일 것은 과감하게 줄이고 지켜야 할 민생은 끝까지 지키는 것이 이번 추경안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며 "한정된 재원을 가장 필요한 곳에 집중해 재정위기에 대응하면서도 도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 취득세 감소에 지방세 3,000억원 감액… "꺼내 쓸 재원도 마땅치 않아"
경기도가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에 나선 배경에는 취득세를 중심으로 한 세입 감소와 가용재원 고갈이 자리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방세 수입에서 취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이를 정도로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세입 구조를 갖고 있다. 최근 부동산 거래 위축으로 취득세 등 주요 세원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이번 추경에서 지방세 수입을 3,000억원 감액 편성했다.
여기에 누적된 채무 부담과 함께 활용 가능한 기금마저 대부분 소진되면서 추가로 동원할 수 있는 재원도 제한적인 상황이라는 게 도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 본예산 편성 당시 일부 필수사업의 연간 소요액이 모두 반영되지 않으면서 추경을 통한 추가 재원 마련이 불가피해졌다.
도는 행사성·일회성 사업과 유사·중복사업을 우선 삭감하고 사업 규모와 추진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사업은 단계적으로 구조조정했다. 이번 구조조정 대상은 1,300여개 사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 내부에서도 인건비와 사무관리비 등 행정운영경비를 감액하고 3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업무추진비를 삭감하는 한편, 불요불급한 국외출장과 연수를 중단하기로 했다.
경기도의회 역시 도의원과 사무처 국외여비 14억원, 인건비 9억원 등을 자체 삭감해 세출 구조조정에 동참했다.
◆ 연말 중단 위기 민생사업 살린다… 2,464억원 우선 반영
이번 추경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2026년 본예산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던 필수 민생사업이다.
일부 주요 사업은 본예산 편성 당시 연간 12개월 소요액 가운데 9개월분만 반영돼 올해 마지막 3개월 동안 집행할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경기도는 본예산 미반영액 3,132억원 가운데 부서 요구액 2,673억원을 검토해 92%에 해당하는 2,464억원을 이번 추경에 반영했다.
주요 사업은 노인 장기요양 시설·재가급여 1,234억원, 도교육청 유·초·중·고등학교 급식비 지원 584억원, 경기도 농어민기회소득 215억원,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163억원, 결식아동 급식지원 75억원, 친환경 등 우수 농축산물 학교급식 지원 35억원,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 운영 지원 37억원 등이다.
도는 "추가 재원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노인 돌봄과 학교급식, 결식아동 지원, 청년 지원 등 도민의 일상과 직결된 사업들이 연말을 앞두고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 난임부부·산모 지원 등 863억원… 필수 의료도 반영
저출산 위기 대응과 필수 복지·의료 분야에는 총 863억원을 편성했다.
출산·양육 부담 완화를 위해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223억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115억원을 반영했다.
어린이·청소년 교통비 지원에는 60억원을 편성했으며 장애인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한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도 30억원 추가 반영했다.
의료급여 389억원과 국가예방접종 6억원 등 필수 의료사업 예산도 포함했다.
도는 재정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저출산 대응과 취약계층 돌봄, 필수 의료서비스와 직접 연결되는 예산은 최대한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 철도·도로 SOC 298억원… 연내 집행 가능한 사업만 선별
철도와 도로 등 SOC 분야에는 총 298억원을 추가 편성했다.
다만 재정 상황을 고려해 연내 준공 예정이거나 토지보상 재결 등 올해 반드시 집행해야 하는 사업만 선별했다.
경기북부 광역철도망 구축을 위한 도봉산~옥정 광역철도에 42억원, 안성 공도~양성 도로 확포장 공사 41억원, 화성 우정~향남 도로 확포장 공사 30억원 등을 반영했다.
반대로 준공 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도로 건설사업 등은 상당 부분 감액 또는 집행 시기가 조정됐다.
◆ 청년기본소득은 유지… 예술인·체육인 기회소득은 재검토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경기도가 추진해온 현금성 복지사업의 구조조정 방향에도 질문이 집중됐다.
정두석 실장은 청년기본소득을 유지하면서 일부 청년 노동자 지원사업을 삭감한 이유에 대해 청년층에 대한 복지 안전망 필요성을 들었다.
정 실장은 "경기도 복지제도 대부분이 임산부와 영유아, 노인 등에 집중돼 있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에 대한 복지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며 "그런 상황에서 청년기본소득은 마지막 보루로서 지켜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청년 노동자 지원사업은 국가나 시·군 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기회소득 사업 역시 조정된다.
장애인 기회소득은 현재 선정된 대상자에 대해서는 계속 지원하되 향후 사업 평가를 거쳐 방향을 다시 검토한다.
예술인·체육인 기회소득은 현금성 지원이 실제 창작활동이나 체육활동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부족했다고 판단해 현금 지원 방식 대신 다른 활동지원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기후행동 기회소득 역시 200만명 이상이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하는 등 정책 확산 효과를 거뒀지만 인센티브 지출이 계속 증가하는 만큼 기존 방식은 조정하고 다른 방안을 찾기로 했다.
지역화폐는 국비사업과 연계돼 있어 이번 구조조정에도 유지된다.
◆ 신규사업 사실상 중단… 내년 본예산도 '제로베이스' 검토
재정 비상상황에서 신규사업을 편성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거의 없다"는 답변이 나왔다.
정 실장은 "한정된 재원 상황에서 지사의 공약을 포함해 신규사업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일부 신규 준비사업 역시 이번 추경에 편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재정 상황에 대해서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 실장은 "내년도 세입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이상 지금의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내년도 본예산 편성 때도 모든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의 세입은 수년째 정체돼 있는 반면 인구 증가와 복지비 상승 등으로 세출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단순한 지출 삭감만으로는 재정 구조를 정상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도는 경제부지사를 중심으로 재정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세입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방안이 도출되면 중앙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당초 7,700억원 감액 목표했지만 5,465억원… "이미 집행·계약돼 한계"
이번 추경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실제 구조조정 규모가 당초 경기도가 재정 비상상황을 설명하면서 제시했던 약 7,70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 실장은 이에 대해 "당초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는 약 7,700억원 정도의 감액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상당 부분 사업이 이미 집행됐거나 계약이 이뤄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최대한 감액할 수 있는 규모가 이번 5,500억원 정도였다"며 일부 법정전출금 등에 대해서는 올해 지급 가능한 부분만 반영하고 미지급분은 차후 연도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추경만으로 경기도의 구조적인 재정 문제가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산하기관 통폐합·정무라인 축소 질문엔 구체적 답변 유보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사업예산 감액을 넘어 산하기관 통폐합과 조직 구조조정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본지 기자는 이날 질의응답에서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산하기관 통폐합까지 검토할 수 있는지, 보다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정무라인을 비롯해 불요불급한 조직을 축소할 계획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정 실장은 "그 부분은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라며 "있다, 없다 자체를 지금 말씀드릴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답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경기도는 지난 5일 재정 비상상황을 공식화한 이후 대규모 세출 구조조정과 함께 중장기적인 세입구조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2차 추경은 당장 연말 중단 가능성이 있었던 필수 민생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불요불급한 사업을 줄이고 부족한 재원을 재배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당초 재정 비상상황 발표 당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약 7,700억원 규모의 감액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미 상당수 사업의 집행과 계약이 진행돼 실제 구조조정 규모가 5,465억원에 그친 데다 세입 감소와 가용재원 부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도가 내년도 본예산 편성에서도 모든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향후 세출 구조조정이 개별 사업의 축소·폐지를 넘어 산하기관과 조직 운영 효율화, 세입구조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재정혁신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경기도가 제출한 2026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은 오는 9월 1일부터 18일까지 18일간 열리는 경기도의회 제393회 임시회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경기도는 도의회 심의를 거쳐 예산안이 확정되는 대로 필수 민생사업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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